[취재일기] 미국 오는 의원들 짜놓은 공식?…우편투표 요구에 뻔한 핑계만
화중지병 견이불식 빛 좋은 개살구. 내년 총선과 대선부터 실시되는 재외국민 선거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제한은 대한민국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부분적이나마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권이 회복됐지만 재외국민의 실질적인 투표권 행사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법 아래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자는 한국의 98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설치된 10개 공관에서만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할 수 있다. 공관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사실상 투표권 행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회의원들의 미국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소속 정당이나 개인 후원 모임을 결성하거나 동포간담회를 통해 한인들의 표심을 읽기 위해서다. 지난 23일 LA 한인타운에서 열렸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동포간담회도 그중 하나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인들은 우편등록과 우편투표 순회투표소 설치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신들의 경험과 상황을 설명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경재 정개특위 위원장이나 김정훈 정개특위 공직선거관계법심사 소위원장 김혜성 정당.정치자금법심사 소위 위원이 내뱉은 말들은 원론적인 수준을 넘지 않아 참석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에 전개방식도 천편일률적이어서 재외국민 참정권과 관련해 이미 짜인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소속 정당과 내가 참정권 통과를 위해 애썼고 재외동포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등등. 우편투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선거의 '공정성'과 '편의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국내(한국)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부정투표의 여지가 많다 선거결과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납세 및 병역의무에서 벗어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준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한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선관위가 보여주는 모습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헌법이 규정한 독립기관으로서의 활동을 다하기보다는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우편투표 등과 관련 국회의원들은 시행기관인 선관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선관위는 자신들은 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결단을 내려 법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발을 뺀다. 재외선거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치권과 선관위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재외국민 선거의 편의성을 제한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편의성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서둘러 재외국민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립서비스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진정한 공복의 자세로 재외국민선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써주길 한인들은 기대하고 있다.